3월 실질실효환율 85.44, 2009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 기록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환율 급등으로 수입 물가 28년 만에 최대 폭등, 원화 가치 세계 3위권 저평가

 

중동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가격 상승과 원·달러 환율 급등이 맞물리면서 국제 시장에서 원화의 실제 가치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으로 하락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구조에서 유가 상승이 수입 물가 급등을 불러왔고, 이에 따라 원화의 실질 구매력이 크게 약화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한국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85.44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87.01에서 1.57포인트 하락한 수치로, 2009년 3월 금융위기 당시 79.31 이후 약 17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실질실효환율은 주요 교역국 60여 개국의 물가와 통화 가치를 가중 평균해 산출된다. 2020년 기준 100으로 볼 때, 현재 지수 85.44는 원화가 국제 시장에서 물가를 반영한 실제 가치가 낮고 구매력이 떨어졌음을 나타낸다.

 

원화 가치 하락은 환율과 물가 상승에 따른 복합적 원인에 기인한다.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6.3% 상승해 1,500원을 돌파했다. 이후 미-이란 휴전 소식으로 환율은 1,470~1,480원대로 소폭 하락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수입 물가는 중동 전쟁 영향으로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이어지며 3월 원화 기준 수입물가지수가 전월 대비 16.1% 상승한 169.38을 기록했다. 이는 1998년 1월 외환위기 이후 28년 2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상승이다.

 

BIS 자료를 보면,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일본(66.33)과 노르웨이(72.7)를 제외한 64개 국가 중에서 세 번째로 크다. 일본과 노르웨이는 각각 엔저 현상과 산유국임에도 통화 가치가 하락한 국가들이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실질실효환율이 90선 이하에서 6개월간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며,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원화의 실질 구매력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